지난 20일 인제학원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인제학원은 새 병원 건립, 미래혁신데이터센터 운영, 수익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전체 교직원 고용 유지를 위해 전보 발령, 외래 및 입원환자 안내, 진료 관련 서류 발급 등은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라며 "새 병원 건립, 미래혁신데이터센터 운영, 수익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재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노동조합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서울백병원지부는 서울백병원은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대규모 응급센터를 운영 중이라며, 폐원은 서울 도심의 필수의료 공백과 공공의료 부재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의료진과 직원, 그리고 시민단체의 반발에 이어 관할 지자체인 서울 중구도 ‘진료 기능 유지’를 요청하고 있어, 폐원 결정을 두고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의료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서울백병원의 폐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들은 무엇일까?
먼저 첫 번째는 역사의 상실이다.
지난 1941년 ‘백인제 외과병원’으로 문을 연 서울백병원은 우리나라 근대 의학의 개척자이자 애국자였던 백인제 박사의 뛰어난 의술과 명성으로 인해 만주를 비롯한 전국에서 몰려든 환자로 인해 언제나 북새통을 이뤘다.
6.25 전쟁 때 설립자 백인제 박사가 납북돼 생사가 묘연해지는 시련을 맞았고 1960년대 들어서는 현대적인 병원이 많이 세워지자,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목조 건물에 자리 잡고 있던 백병원은 명성 대비 열악한 시설로 위상이 떨어지는 위기를 맞이했다.
이에 1972년 당시 백낙환 원장이 13층 건물을 신축해 16개과 140병상의 병원으로 리모델링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1975년 서울의 유일한 종합병원이 됐고 이후 1992년 국내 최초로 성인 간암 환자 간이식에 성공하기도 하는 등 외과 수술 분야에 강점을 보였다.
국내 체육계 기념비적 행사였던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지정 병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처럼 의료계와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라고 할 수 있는 82년의 세월과 전통이 폐원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도심 의료 공백의 우려다.
중구는 활동 인구 대비 거주 인구가 적어 야간이나 휴일에 진료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기 힘든데, 백병원이 있어 취약계층이나 응급·소아환자에 적극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서울백병원으로 이송되던 응급 환자는 다른 지역으로 가는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서울시는 20일 서울백병원 이사회가 상정한 폐원안이 통과하더라도, 서울백병원이 도심 내 의료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관련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 번째는 백중앙의료원 경영에 연쇄적 위기 초래다.
서울백병원이 폐원으로 향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결국 만성적자의 심각함이다.
도저히 의료기관으로 정상화를 이룰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명동 번화가 바로 앞에 있는 중구 저동에 위치한 백병원 부지의 상업적 가치는 매우 크다.
당장 부지 매각만 해도 2000억~3000억 원 가량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네 번째는 소속 의료진과 직원들의 터전 문제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산으로 의료진과 직원들이 향한다고 해도 이는 100%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간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백병원의 정상화를 바라는 보건의료노조의 집회는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도 성명서에서 “직원 393명의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인제학원의 입장은 생색내기”라고 일축하며 “생활권이 다른 부산 지역에 얼마나 많은 직원이 가려고 할지도 의문이며, 동의 없이 전출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탄압 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이를 포함해 교수협의회는 행정처분 가처분 신청 등 폐원 관련 법적 조치를 할 수 있을지 법률 자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서울백병원 지부는 결정 철회를 위해 투쟁하는 동시에 재단, 직원, 교수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