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더(ETH)는 증권이 아니다’는 내용이 담긴 ‘힌먼 연설문’을 공개했다.
13일(현지시각) 코인데스크US에 따르면 이날 미 SEC는 지난 2018년 야후 마켓 서밋에서 진행된 윌리엄 힌먼 전 SEC 기업금융국장의 연설을 공개했다.
해당 연설문에 따르면 힌먼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와 탈중앙화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볼 때 현재 ETH와 관련된 거래는 증권이 아니다”며 “이더를 규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말했다.
이에 리플은 “ETH가 증권이 아니듯 엑스알피(XRP)도 증권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연설문에 따르면 “SEC는 직원의 사적인 출판물이나 진술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며 “이 연설은 발언자의 견해만을 표현했으며 SEC나 SEC 위원, 기타 직원의 의견을 반드시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명시돼 리플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이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힌먼의 연설문이 공개되자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SEC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힌먼 연설 이후 SEC가 불명확한 규제를 사실상 무기화해왔다”며 “악의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소속 직원이 고의로 혼란을 야기했는데도 SEC가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나와 크리스 라슨 공동 창업자까지 개인적으로 고소했다”며 “이는 개탄스럽고 정치적인 동기를 가진 과잉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리플 커뮤니티를 대변하는 존 디튼 미국 변호사는 한 인터뷰에서 "미 SEC가 공식 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힌먼 연설' 관련 자료는 SEC가 디지털 자산의 규제기관을 맡을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힌먼 연설이 시장 혼란을 야기했고, 시장 참여자들이 기존 규제에 따라 금지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됐다는 리플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힌먼 연설 자체는 리플이 투자 계약으로 XRP를 제공 및 판매했는지 여부나 미국 유통시장에서 XRP의 지위에 대한 판사의 분석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리플, 코인베이스 등 SEC에 의해 부당하게 표적이 된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개된 이메일에는 SEC 관계자들이 이더리움 재단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이더리움의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을 만난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메일에 참조된 다른 관리로는 전 SEC 집행이사인 스테파니 아바키안과 스티븐 페이킨, 달리아 블라스 전 투자관리국 국장 등이 있다.
이메일에는 SEC 관리들이 ETH가 증권이 아니라는 견해를 표명하는데 있어 얼마나 명확한 표현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담겼다.
브렛 레드펀 전 SEC 거래 및 시장 담당 이사는 2018년 6월 12일 보낸 이메일에서 “ETH의 지위에 대해 더 많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ETH가 증권인지와 관련된 표현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어 “ETH가 증권이 아니라는 확고한 입장을 밝히고 싶다면 좀 더 강하게 명시해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BTC(비트코인)를 설명했던 것과 유사한 언어를 사용해 공시 제도의 일관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SEC의 핀허브 그룹 책임자인 발레레 스체파닉은 2018년 5월 25일자 이메일에서 “세부 사항에 대한 명시는 적을수록 좋다”며 “이것은 많은 토론을 불러일으킬 개념을 소개하는 것이므로 토론의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한편, 힌먼 이메일이 공개된 후 XRP 가격은 약 0.56달러(코인마켓캡 제공)까지 급등한 바 있다. 14일(한국시각) 오전 8시 기준 XRP는 0.52달러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