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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월드컵] 대한민국, 모로코에 0-1 석패...가물가물한 16강행과 벨 감독의 '쓴소리'

여자 축구대표팀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에서 2연패로 탈락 위기에 놓였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독일과의 조별리그 최종전 다득점 승리만이 유일한 '경우의 수'로 남아 있어 16강은 희박해졌다.

 

한국(FIFA 랭킹 17위)은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여자 월드컵 무대에 데뷔해 최약체로 평가받은 모로코(랭킹 72위)를 상대로 8년 만에 월드컵 1승에 도전했지만, 반대로 모로코에 역사적인 월드컵 첫 승을 안겨준 희생양이 되었다.

한국이 여자 월드컵에서 마지막으로 승리를 장식한 경기는 2015년 6월 15일 캐나다 대회에서 2-1 역전승을 거머쥔 스페인과의 조별리그 3차전이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 콜롬비아가 독일을 2-1로 잡는 이변을 연출한 덕에 조기 탈락은 면했다.

콜롬비아는 1-1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 마누엘라 바네가스의 극적인 추가골로 승점 3점을 챙겼다.

 

하지만 한국의 16강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내달 3일 열리는 독일과 3차전에서 무조건 5골 차 이상 대승을 거두고 콜롬비아가 모로코를 잡아줘야만 가능하다.

4골 차로 이기면 골 득실은 '+1'로 같아지지만 다득점에서 독일이 앞선다.

그러나 2경기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대표팀의 공격력으로 FIFA랭킹 2위 독일을 이긴다는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이다.

 

한국은 전반 6분 만에 홍혜지와의 경합을 이겨낸 입티삼 즈라이디에 다이빙 헤더를 허용해 0-1로 끌려갔다.

즈라이디는 FIFA 여자 월드컵 사상 최초로 골을 넣은 모로코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한 골을 넣어 기세가 오른 모로코는 계속해서 한국을 압박했다.

전반 25분 지소연이 모로코 진영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박은선이 몸을 던져 왼쪽 골문을 향해 헤딩했지만, 살짝 빗나가는 아쉬운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은 만회골을 넣지 못한 채 전반전을 마쳤다.

 

콜린 벨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손화연과 추효주를 빼고, 최유리와 문미라를 교체 투입했다.

한국은 전반전에 비해 모로코 진영에서 활발한 공격력을 선보였고, 후반 13분 만에 처음으로 코너킥 기회를 만들었다.

대표팀은 후반전에만 총 6번의 코너킥 기회가 있었고, 계속해서 좋은 공격력을 선보였지만 골문 앞에서 정교함이 부족했다.

 

한편 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여자 실업축구 WK리그를 비롯한 우리나라 여자축구 전체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벨 감독은 "WK리그 대부분 선수가 '우리가 이기면 좋다, 그런데 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그런 게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기기 위해 경쟁하는 게 축구다. 이번 월드컵이 현실이다. 최고의 팀, 최고의 감독, 최고의 선수가 온다"며 "이기면 올라가고 지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눈을 떠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벨 감독은 자신이 오래 몸담았던 독일을 언급하며 '완전한 구조조정'을 주장했다.

이어 "명확한 비전을 세워야 한다. 일본과 비교가 한국에서도 많은데, 일본은 오래 명확한 철학을 유지했고 추후 30년간 비전도 있다"고 강조했다.